요즘 주유소 앞을 지날 때마다 기분이 참 묘해요. 정부에서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고 난린데, 막상 제가 다니는 동네 주유소 가격판은 여전히 1900원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거든요. 지난주에 기름을 가득 채운 운전자분들은 "아, 좀만 기다릴 걸" 하고 후회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히려 지금도 예전 가격에 기름 넣는 분들은 "도대체 최고가격제 효과는 언제 나타나는 거야?"라고 답답해하실 것 같아요. 20년 차 블로거로서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의 속사정과 함께, 왜 우리 체감과 다를 수밖에 없는지, 정유업계에서는 무슨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지 하나씩 풀어볼게요.
1. 30년 만에 부활한 '가격 통제' 카드, 그날의 상황 (ft. 이재명 대통령 지시)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정부는 더 이상 물가 상승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나 봐요. 이재명 대통령은 3월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라"고 강력하게 지시했어요 . 그리고 불과 며칠 만인 3월 13일 0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됐던 '석유 최고가격제'가 전격 시행됐습니다 .
산업통상부가 고시한 최고 공급 가격은 ℓ당 보통 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이었어요 . 이 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도매가격의 상한선입니다. 정부는 이 조치로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고, 고유가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폭리를 막겠다는 의도였죠.
그리고 실제로 시행 첫날,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72.62원으로 전날보다 26.16원 하락했고, 경유는 34.83원 내린 1884.14원을 기록했습니다 . 지난 10일 정점(1907원)을 찍은 이후 사흘째 하락세였어요 . 기세를 타면 소비자 가격도 빠르게 안정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2. 그런데 왜 우리 동네 주유소는 그대로야? (ft. 1900원의 벽)
그런데 막상 주유소를 가보면 이야기가 달라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는 13일에도 여전히 ℓ당 1900원대에 휘발유를 팔고 있었습니다 .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지는 걸까요?
비결은 바로 '재고' 에 있습니다. 주유소마다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는 주기가 천차만별이에요. 어떤 곳은 매일 공급받지만, 길게는 두 달에 한 번씩 받는 곳도 있습니다 . 문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이미 비싼 가격에 사들인 기름이 아직 재고로 남아있는 주유소들이에요.
경기도 안양의 한 주유소 업주는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비싼 값에 사들인 기름이 아직도 일주일 치 남아있는데, 주변에서 휘발유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손실을 감수하고 싸게 팔고 있다"고요 . 서울 양천구의 다른 업주도 "벌써부터 '최고가격제가 도입됐는데 언제 가격 내리냐'는 문의가 들어온다"며 난감해했습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게 바로 가격 통제 정책의 현실적인 괴리예요. 소비자는 즉각적인 가격 인하를 원하지만, 현장은 이미 구매한 비싼 기름을 소진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거나, 손해를 보면서라도 가격을 내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거죠.
3. 정유업계 부작용, 지금부터 시작이다 (ft. 손실보전 입증 책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발생하는 정유사의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이 '보전'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정산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원칙으로 진행돼요. ①손실 보전, ②정유사의 입증 책임, ③분기별 정산입니다 . 즉, 정유사가 자체적으로 손실액을 산정하고,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친 뒤, 정부가 구성한 '최고액 정산위원회'의 최종 검증을 받아야 실제 손실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예요 .
문제는 지금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3일 기준 싱가포르 현물 가격은 휘발유가 배럴당 136.44달러로, 이란 공습 이전보다 무려 51.1% 폭등했고, 경유는 192.48달러로 67.2% 상승했어요 . 일반적으로 이 가격이 오르면 국내 공급가도 비례해 올라야 정상인데, 최고가격제 때문에 정유사들은 일정 가격 이상으로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업계 관계자는 "정산 절차가 복잡하고 입증 책임도 정유사에 있어, 실제 손실보다 적은 금액이 보전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분기별 정산 원칙도, 손실이 장기화될 경우 회계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기업들이 과연 국내 공급을 늘리려 할지 의문입니다.
4. 국제유가와 FOMC, 또 다른 변수 (ft. FOMC의 뜻)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는 다시 요동치고 있어요.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강경파 인사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12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9.2% 폭등해 다시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
여기서 잠깐,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FOMC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릴게요. FOMC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의 약자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예요. 왜 갑자기 FOMC 얘기가 나오냐고요?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될 수 있고, 그러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돼요. 이는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수입 원가 부담으로 직결됩니다. 결국 모든 게 맞물려 있는 셈이죠.
전문가들은 이미 경고하고 있어요. 가격 통제가 장기화되면 정유사들이 손실을 피해 수출로 물량을 돌리면서 국내 공급이 위축되고, 결국엔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요 . 세계은행(WB)도 과거 사례를 들어 가격 규제를 오래 유지하면 국제가와 국내가의 괴리, 연료 부족, 암시장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분석했습니다 .
| 국제 휘발유 가격(MOPS) | 136.44달러/배럴 (51.1%↑) | 정유사 원가 부담 급증 |
| 국내 휘발유 최고 공급가 | 1724원/리터 | 판매가 상한 고정 |
| 정유사 손실 구조 | 국제가↑, 판매가 고정 → 적자 | 공급 위축 가능성 |
| 소비자 체감 가격 | 1836~1872원대 (3/13~16) | 천차별, 하락 더뎌 |
5.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ft. 단기 처방의 한계)
결국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는 '극약처방' 에 가깝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기름값을 잡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그 이면에는 정유사의 손실, 잠재적 공급 위축, 그리고 향후 정부 재정 부담이라는 거대한 청구서가 도사리고 있어요 .
한국은행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회 서면답변에서 "(최고가격제가) 소비자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준다"고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수요와 시장 왜곡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 IMF나 OECD 같은 국제기구들도 광범위한 가격 억제책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효율적이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당장은 비싼 기름값에 대한 불만이 크시겠지만,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완전히 안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분간은 주유소마다 가격 편차가 클 수밖에 없고, 정유사들의 손실 보전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기름값 향방이 결정될 것 같아요.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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